교육열 높은 유치원에, 학습지까지 한다고?!
어떤 아이를 키우고 싶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나는 항상 공부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말했었다.
엄마들이 '영유' '영유' 하며 영어 유치원에 관심을 가질 때도 그 필요성은 크게 못 느꼈고, 대학에도 꼭 보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남들만큼은 해야지 하는 생각도 없었고, 그래서 교육열이 높은 유치원이나 학습지는 내 선택지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나는 5살 동네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유치원에 입학을 시키고 이제 학습지까지 시작하게 된다.
왜였을까? 변명을 해보자면 일하는 엄마라는 핑계로 아이를 데리고 자주 외출하기가 어렵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는 일이 어려웠다. 오죽하면 아이는 4살까지 어디 가고 싶냐고 물으면 홈플러스를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아이의 경험을 바탕으로는 홈플러스가 가장 재밌는 곳) 외출 경험이 적었다. 내가 선택한 유치원은 교육열도 높은 유치원이었지만 그것보다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는 유치원이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부족한 경험을 많이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코로나라는 변수는 그 당시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말이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는 일어나면 준비하고 어린이집에 가면 되는 거였는데, 유치원은 정말 작은 학교였다. 8시 45분이 되면 노란 버스를 타야 했고 아침잠이 많은 아이나 나에게는 유치원 스케줄이 빠듯하고 벅차게 느껴졌다. 코로나 핑계로 유치원을 가는 날과 안 가는 날이 비슷하거나 안 가는 날이 더 많아지자 아이는 유치원에 적응하는 것을 더욱 어려워했다. 나쁜 친구들이 있다고도 했고, 선생님이 무섭다고도 했다. 진실인지 거짓말인지 모르겠는 아이와 아침마다 하는 씨름은 더욱 진이 빠졌다. 코로나 때문에 체험 활동들은 줄줄이 취소가 되었고 실내 활동들은 내가 추구하던 바가 아니었다. 장기화되어 가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매출도 많이 줄게 되고 유치원을 퇴소하는 것이 답이 아닐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날도 아이는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했고 덕분에 나는 가게 문을 열지 못 했다. 그리고 간 롯데마트. 무진 활동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장난감 가게 입구 옆에 교원에서 나와 부스를 차려놓고 있었다. 이전에도 홈플러스에서 아이템풀에서 나온 것을 봤었는데, 그때는 장난감이 어마어마하게 깔려있어서 아이가 내 손을 이끌고 가 설명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교원 무진에서는 눈에 띄는 장난감은 없었다. (그건 팀마다 스타일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 내가 아이 손을 끌고 설명을 들으러 앉아 봤다. 이럴 바에는 그냥 유치원을 퇴소시키고 집에서 학습지를 함께 해볼까 하는 고민이 계속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으로 학습지만 받는 비용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한 달에 35000원. 일단 패드는 생략하고 학습지만 집으로 받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유치원에 전화해서 퇴소를 원한다고 상담을 드렸다. 원장님은 종일반에서 정규반으로 일단 변경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권하셨고 무조건 찬성일 줄 알았던 남편은 유치원 퇴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유치원 퇴소가 어렵다면 학습지는 그냥 취소할까도 싶었는데 유치원 안 가는 날 둘이 할 일이 별로 없어 티비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서 일단 시작하기로 한 거 하는 데까지 해보려고 시작했다. 지금 우리 아이한테는 학습지 수준이 조금 높은 것 같은데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돈 잘 벌면서 아이 케어까지 잘해주는 엄마이고 싶은 초보 엄마.
오늘도 이렇게 돈을 썼다.